모교 야구부 유정민 (41회)감독 인터뷰

 철인3종 경기 사건 등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학생선수 지도법에 대한 롤 모델로 선정된 본교 유정민 감독이 인터뷰 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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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기합 NO! 애정·시스템으로…'강백호·정우영의 참스승' 유정민 감독
[S1 인터뷰] '고교야구 덕장' 서울고 감독

유정민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고교야구 세계에서 학생들을 사랑으로 길러내는 참 스승으로 통한다. © 뉴스1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아마추어 스포츠의 폭력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 고교야구에서 덕장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야구 명문 서울고등학교의 유정민(49) 감독이다.

유정민 감독은 2015년 서울고 사령탑에 부임해 올해로 6년째 모교를 이끌고 있다. 2017년 대통령배 우승, 2018년 협회장기 우승 등 꾸준히 서울고를 우승권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서울고, 영남대를 졸업한 유정민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1군 기록 없이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 후에는 아마추어 지도자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고, 중간에 LG 트윈스 스카우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유정민 감독은 2년 연속 프로야구(KBO리그) 신인왕을 길러낸 지도자로 유명하다. 2018년에는 KT 위즈 강백호가, 2019년에는 LG 트윈스 정우영이 신인왕을 수상했다. 둘 모두 서울고에서 유정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했고, 유 감독을 참스승으로 생각하는 선수들이다.

이 밖에 KIA 타이거즈 최원준, LA 다저스에 입단한 최현일 등이 유정민 감독의 제자들이다. 현재 서울고 선수 중에도 대형 내야수 송호정과 안재석(이상 3학년), 좌완 파이어볼러 이병헌(2학년) 등이 유정민 감독의 가르침과 함께 쑥쑥 성장하고 있다.

유정민 감독은 강백호와 정우영 얘기에 웃음을 지으며 "그걸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교야구 지도자가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제자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정)우영이나 (최)현일이가 '감독님 아니었으면 야구 못했을 겁니다'라고 말해줄 때는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서울고 야구부의 훈련을 지켜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여타 고교 야구부와 달리 선수들이 운동장 전체에 퍼져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이다. 언뜻 산만해 보이는 훈련 분위기지만 여기에 유정민 감독만의 지도 철학이 숨겨져 있다.

유정민 감독은 "고교야구의 경우 훈련이 정형화 돼 있는 부분이 많다.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담을 주는 느낌이 많다"며 "나는 그런 것들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기량은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유정민 감독도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구태를 답습했다. 선수들을 압박하는 무서운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런 지도 방식으로는 선수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험으로 체득한 사실이다.

유정민 감독은 "아이들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게 하면 나를 벗어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더라"며 "꼭두각시를 만들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잘못 가르치고 있었구나'하고 깨닫고 그 뒤로 180도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폭행, 폭언은 유정민 감독 체제의 서울고 야구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정민 감독은 "물론 장단점이 있다. 아이들을 강하게 다그치지 않으면 어수선해지는 분위기도 생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아이들에게 더 좋은건지를 생각해보면서 답을 찾았다"고 답했다.

분명 통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유정민 감독은 "다그치고 압박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게 된다"며 폭언이나 기합은 배제하고 최대한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렇다고 유정민 감독이 선수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애정어린 교감, 잘 갖춰진 시스템으로 선수들이 스스로 감독의 지도를 따라오게 만든다. 정우영은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유정민 감독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묻기도,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투구추적장치인 랩소도를 도입해 정기적으로 선수들에게 30페이지 이상 분량의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 뉴스1

서울고는 고교야구팀으로는 드물게 첨단 훈련 장비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 구단들이 사용하는 투구추적장치인 '랩소도'를 지난해 도입했고, 최근에는 훈련 프로그램인 '드라이브 라인'을 들여와 선수들의 훈련에 접목했다. 체계적인 선수 관리 시스템이 서울고로 인재들이 모여드는 이유 중 하나다.

유정민 감독은 "투수들이 공을 많이 던지는 것은 물론이고 타자들도 방망이를 많이 휘두르면 몸에 데미지를 입는다"며 "다른 쪽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 도입한 장비, 시스템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정민 감독은 고교 선수들이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해 프로에 입단하거나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교야구 유망주들의 '혹사 논란'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혹사 얘기가 나오자 유정민 감독은 2016년 청룡기 결승전을 떠올렸다. 강백호가 2학년이던 시절이다. 모든 이들이 강백호의 선발 등판을 예상했다. 그러나 유정민 감독은 강백호를 선발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결국 서울고는 맞수 덕수고에 4-7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유정민 감독은 "그때는 투구수 제한도 없었다. 이기려면 무조건 (강)백호가 선발로 던져야 했다. 그런데 백호한테 너무 무리가 갈 것 같았다"며 "경기 후 백호가 '신경써 주신 것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제자와 진심이 통했던 기억을 전했다.

고교야구 감독은 프로 입단, 대학 진학 등 학생들의 진로를 신경쓰면서 당장 성적도 내야 하는 고달픈 자리다. 감독 입장에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서울고 감독은 그렇지 않다.

유정민 감독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지도 철학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아마추어 때 다 빼먹으면 앞으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다. 아이들은 프로에 간 뒤가 더 중요하다. 코치들과도 그런 대화를 많이 한다. 아이들이 없으면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기본이고, 내 초심이다."
서울고 야구부 코칭스태프. 왼쪽부터 이병석 투수코치, 강지헌투수코치, 여창환수석코치, 김민기 트레이닝코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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