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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국물

지하철 화장실 벽에 서서 누가 쎈 소리 내나 경쟁하듯 빗줄기들이 내리 꽂힙니다.

장병에 효자 없다더니 길고 긴 장마비를 견뎌내는 주택이 없습니다.

옥상은 올봄에 부실한 곳 보수를 해서 끄덕 없는데, 뽀송뽀송하던

지하실 바닥도 눅진해지고 창문 틀에선 벽을 타고 빗물이 흘러 들어 옵니다.

우울한 여름입니다.


습한 공기는 온탕에서 올라오는 더운 증기처럼 온몸을 진득하니 감아 버리고

기분 또한 칙칙하니 가라앉아 버립니다.

메밀온면이나 해먹고 기분 전환이나 해볼까나?


기성 제품 육수 다시팩을 넣어 끓입니다. 좀 싱거운 듯하여 국간장, 멸치액젓을 가미합니다.

한쪽에선 고명으로 쓸 김치볶음을 신김치와 다진 고기로 만듭니다.

먹을 때 국물에 풀어지면 싱거워지니 간을 좀 세게합니다.


삶은 메밀면을 넣고 수란, 그 위에 김치볶음, 전복, 새우, 브로콜리, 파채를 올린 후

뜨거운 육수를 붓습니다.


이열치열, 장마 땐 온돌에 불 지피고 앉아 먹는 뜨거운 국물이 정답입니다.


오늘 새벽에 운동하며 바깥을 보니 여전히 비가 억수로 쏟아 붓습니다.

비 오는 날엔 전(煎)이라 하는데 그 건 목구멍이 깔깔해 넘어갈 것 같지 않습니다.

더구나 평일인데 아침부터 전 먹으며 저녁인가 착각하고 딱 한잔하면 큰일 나지요.

대신 얼큰한 짬뽕 국물을 훌훌 들이 마시려 합니다.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대파를 살살 볶습니다. 거기에 다진 돼지고기 넣고 볶다가

고추가루 볶고, 양파, 당근, 양배추, 팽이버섯 다 넣고 볶으며 물울 붓고 간을 맞춥니다.

물론 두반장 들어가지요. 설탕과 조미료 역시 드갑니다.

팔팔 끓을 때 새우 넣고 살짝 익힌 후 그릇에 덜어 냅니다.


두 그릇이었지요? 한 그릇 잡수실 분께서 몇 숟깔 뜨더니 나에게 묻습니다. 

"밥 말지 않을래요?"

오늘로 지겨운 비가 그치려나??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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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쩝쩝.. 국물도 좋고 파전도 좋지만 젓가락 두드리는 아가씨가 더 좋더라..

    그 옛날엔 친구들 불러 술 한잔하면 집 밥상도 두드리곤 했지요.
    우리 집 밥상이 아직도 그 상흔을 간직한 채 장롱 위에 모셔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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