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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릿길 1코스- 중년의 로망


한글날과 일요일 사이 샌드위치 데이이긴 하지만 토요일을 쉬니 지난 추석 연휴에 이어

이번까지 정말 놀아도 너무 놉니다. 이러니 뱃살이 빠질 리 없지요.

그래서 오늘(10/10)은 두루 누비 (www.durunubi.kr/) 걷기길 검색에서 서울 가까운 곳을 찾다

양평 물소릿길 1코스 양수에서 신원까지 그리고 기운이 남으면 국수역까지 걸어보기로 합니다.

80년대 용문에서 산음리를 거쳐 그 당시엔 없던 비발디 파크로 넘어가는 벼락 고갯길 시냇물은

벌거벗고 목물을 해도 들킬 걱정이 없었으니, 그땐 여기도 인적이 드물었을 겁니다.

그러니 얼마나 변했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진짜 그런지 한번 가보지요.


첫 사진처럼 요즘 마을치고 저렇게 깨끗한 물 흐르는 곳이 쉽지 않습니다.


코스모스가 나를 맞으러 손 흔들며 달려오는 아이들처럼 바람에 꽃잎을 너울댑니다.


3 km 정도 들어가니 서울 평창동이 연상되는 마을이 나오는데 부용리입니다.


전원주택은 중년의 로망이지요.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저렇게 잔디 잘 가꾸기 어렵습니다.

시골집은 자신이 손볼 수 있을 정도 크기가 딱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즐기지 못하고 일에 치입니다.


80년대 정년퇴직하고 양평으로 내려온 교사 부부가 있었습니다.

딴에는 손주들과 함께 주말이면 마당에서 즐겁게 먹고 놀며 노후를 지내는 그림을 그렸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아들 딸 가족은 친구들과 내려와 밤새워 한바탕 시끌벅적 놀고

새벽에 치우는 것은 오롯이 노부부 몫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그것도 몇 년 되니 끝이었지요.

지금이야 가가호호 자가용이 있지만 그 당시엔 그렇게 흔치 않았으니

꿈은 포기하고 소일거리로 읍내 마실 가는 것조차 힘에 겨웠지요.


한음 이덕형 선생 신도비.


도로와 작별하고 산길로 드니 곰배령, 분주령이 연상되는 분지가 나타납니다.


주욱죽 뻗은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

간식거리를 가져오지 않아 주운 토종밤을 몇 개 까먹습니다. 크기는 작아도 오도독 꿀밤 맞네요.


좀 올라오니 전나무 숲이 볼만 합니다. 그러나 피톤치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기온 때문일까요?


샘치약수터, 샘이 있는 고개라는 뜻인가요? 이름에 홀려 코스를 벗어나 들어가는데 나오질 않습니다.

되돌아 가려하니 이 분이 뒤에서 옵니다. 샘은 바로 앞에 있답니다.

서울이 집인데 일주일에 다섯 번 이곳을 찾는답니다. 인적 드문 곳에 있는 샘이니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네요.

코로나 때문에 각자 컵이나 용기로 받아 마시랍니다. 난 손바닥에 받아서.


양평에 있었을 때 서울 사람들보다 좋은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푸근한 경치를 즐기기 위해

지금처럼 서울에서 새벽에 일부러 차를 타고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내 집이 자연에 묻혀 있으면 주위 모든 풍경이 내 정원이고 소풍이 되는 것이니까요.


참새가 얼마나 극성인지 수수 나락에 모자를 씌웠습니다.


깻내음이 짙습니다. 옛날엔 지천에 깻잎이라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돈


커플, 짝, 쌍.  잊어버리고 있던 단어가 새삼 떠오릅니다.


요즘 유행인 무인판매, 고추와 부각입니다.


여운형 생가 표지는 80년대에도 양수리 국도에 초라하게 서있긴 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시대가 엄중했지요.


무슨 얘길하고 있을까요?

나 어려울 때 (국채보상운동) 술 담배 끊었는데 당신도 술을 끊는 게 어떻겠냐 권유합니다.

"아이유~ 생각해 보겄씨유~~"


애오와-내가 사랑하는 집-는 집도 되겠지만 조국도 될 수 있겠습니다.

심오한 뜻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1코스 끝 남한강이 보이는 신원역에 거의 다 달았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음식점이 붐빌까 걱정돼 국수역까지는 포기합니다. 원 핑계라고는...


여기꺼정 왔으니 옥천냉면 한 그륵 땅겨야지요. 신원에서 30분 정도 기다려 전철을 타고 아신역으로 갑니다.

먹는 거엔 지극정성이네요.


전에도 보긴 했지만 왜 오늘따라 유독 메뉴판의 '사리, 곱빼기 없습니다.'가 거슬리는 걸까요?

김치는 너무 시고 육수와 면 맛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습니다.

내가 변한 것일까요? 매력이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나 혼자 먹기 그래서 완자 하나 포장해갑니다. 집에서 먹으니 완자도 옛날처럼 고소한 맛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왼쪽 사진 둘은 오래전 먹었을 때 사진인데 면수에 조선간장도 좋았고 새우젓에 겨자도 좋았는데... 왜 이럴까?

맛은 옛 맛인데 내 입맛이 변했을 겁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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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1세기 하고도 20년이 지났습니다.
    양평 물소릿길 1코스는 양수에서 국수간 코스로
    그 옛날엔 사람 그림자도 보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이번에 가본 그 부근은 8-90년 대 전원 주택 붐과는 또 전혀 다른 맛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시샘이 나는 그런 전원 주택들 정말 많이 있네요.
    코스 심심치 않고 샘치 약수 물 맛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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