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서형석(68회/프로골퍼)

 

"명문고 자부심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터"

KPGA 코리안투어 ‘KB금융리브챔피언십’ 역전 우승!

 

지난 5월23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블랙스톤이천GC(파72, 7,260야드)에서 열린 한국남자프로골프(이하 KPGA) 코리안투어 ‘KB금융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우승상금 1억4천만원)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서울고 68회 졸업생 서형석이 역전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이번 우승은 프로데뷔 5년 차에 거둔 ‘두 번째’ 우승으로 그가 밟아온 엘리트 코스를 고려하면 늦은 감이 있다.
서형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었고, 서울고 시절에는 최연소로 KPGA 프로 무대로 데뷔하며 골프계 신성으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프로 데뷔 2년차였던 2016년 이유를 알 수 없는 ‘징크스’를 겪으며 주변에서 거는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었다. 그리고 팬들로부터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했다.
그러나 2017년 9월, DGB금융그룹에서 주최한 대구경북오픈에서 데뷔 후, 첫 승을 기록하며 위기탈출에 성공했음을 알린다. 특히, 서형석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비상(飛翔) 중이다. 올 시즌 첫 대회에서 35위를 기록하며 현재까지 6개 대회 내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바로 전 대회였던 SK텔레콤오픈에서는 아쉬운 5위를 기록한 것이다.
앞으로 치러질 대회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연습 중인 서형석을 만나 진솔한 골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년 8개월만 우승, 금융회사 주최 대회 2연승으로 새로운 별명도 생겨
인터뷰를 시작하며 KB금융리브 챔피언십 대회 우승 소감을 물었다.
“지난 주 열렸던 SK텔레콤 오픈에서도 샷감은 좋았습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고요. 무엇보다 퍼팅이 잘돼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우승이 간절한 시점에 나온 결과라 더욱 기뻤습니다. 우승을 감지했던 순간은 16번홀(파3)에서였습니다. 티샷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파로 막으면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우승은 그가 마지막 우승을 맛본 지 1년 8개월만이었다. 우승에 굶주렸기에 기쁨이 더욱 컸던 것이다. 지난 우승은 2017년 9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기록했다. 이번 우승으로 투어 2승을 달성한 그는 제네시스 포인트 1위를 기록하며 유러피언투어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그가 우승을 거머쥔 두 대회 모두 금융회사가 주최한 대회다. 덕분에 ‘금융회사킬러’, ‘전문은행털이범’이라는 재미난 별명도 생겼다. 게다가 그의 후원사 또한 금융회사다.
“전생에 은행 관련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웃음)? 사실 국내 남자투어에는 금융회사가 주최하는 대회가 많은 편입니다. 즉,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많다는 의미죠. 그만큼 다른 기업보다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후원사도 금융회사인데 공교롭게 우승한 대회 모두 금융회사 주최 대회인 게 더욱 신기합니다. 물론 금융 외 다른 기업에서 주최하는 대회에서도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웃음).”
사실 그의 말처럼 골프대회는 전통적으로 금융회사가 주최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여자골프의 경우, 인기도가 오르면서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화장품, 음료 등 다양한 기업들이 주최하는 대회가 많이 생겼다.
대회는 프로들이 실력을 향상시키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하지만, 여자골프 대비 인기도가 낮은 남자골프에 기업들의 관심이 적은 것이 문제다. 대한골프협회 허광수 회장은 최근 골프전문지(골프헤럴드 2019년 4월호)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자투어가 축소되면서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주니어 선수들까지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남자프로선수들의 실력이 낮은 것도 아니다. 지난 5월13일 PGA투어인 ‘AT&T바이런넬슨’에서 우승을 거머쥔 강성훈부터 배상문, 김시우, 안병훈, 김민휘, 임성재, 이경훈 등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만 8명 내외다. 일본투어까지 고려하면 스타플레이어 한두 명에 의존했던 과거 대비 확실히 두터운 선수층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한국남자골프 미래가 좀 더 밝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골프를 아끼는 서울고 동문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대목이다.


올해 ‘제네시스 대상’받고 ‘유러피언투어’ 시드권 확보하고파
한편, 서형석에게 올해 세우고 있는 투어 계획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올 시즌에는 생각보다 빨리 우승을 했습니다. 남은 대회에서 1승 이상 추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메인 후원사인 신한금융그룹에서 주최하는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네시스 대상을 타서 유러피언 시드권을 확보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최저평균타수상도 타고 싶습니다. 매해 욕심은 부리는데 쉽지 않네요(웃음).”
그는 무엇보다 올 시즌 국내에 집중하고 싶다고 전했지만, 미국 무대에도 욕심이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 전에 유러피언투어와 아시안투어를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다.
“미국 무대에도 욕심은 항상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가기 전에 다른 투어 경험을 먼저 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는 코리안투어와 조인돼있는 대회들이 많습니다. 선수로서 경험을 쌓기에 좋은 조건이지요. 이러한 선진 무대에서의 경험이 향후 제 골프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년차 징크스로 어려움 겪었으나  멘탈훈련으로 잘 이겨내
한편, 서형석은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으며, 고등학교 때 최연소로 KPGA프로로 데뷔했다. 또 최연소로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하며 남자프로골프선수의 신성(新星)으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그도 프로데뷔 2년 차 ‘징크스’는 피해갈 수 없었다.
“상금 순위 100위로 시드권을 잃었었습니다. 계속 안 풀리다 보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고요.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시드권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극에 달했었죠. 공황장애까지 올 뻔했는데, 멘탈훈련을 시작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결과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두려움이 사라졌고 성적도 좋아졌습니다.”
2016년, 프로데뷔 2년차였던 서형석은 어느 순간부터 드라이버가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입스(Yips,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적 근육경련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컸는데,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후, 스포츠 심리학분야의 권위자인 김병현 박사를 찾아갔고, 그로부터 약 4년간 멘탈훈련을 받으며 위기에서 빠져 나왔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심호흡을 많이 합니다. 특히 눈을 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집중력에 더욱 좋습니다. 책에서 봤는데 눈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들이 뇌하고 연결돼 있어 쓸데없는 생각을 줄이려면 눈을 감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그는 특히, 멘탈훈련법 중 하나로 책을 읽는다고 했다. 틈나는 대로 명상, 심리학 등 멘탈을 강화시킬 수 있는 책을 보며, 배운 것을 시합 중에 응용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어느 한 권의 책에 빠지기보다는 멘탈과 관련된 서적을 두루두루 읽으며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책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저와 맞는 걸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골프’는 오르막 내리막 있는 ‘등산’과도 같아
한편, 서형석은 프로 데뷔 5년 차다. 그에게 프로데뷔 후, 변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큰 변화는 없습니다. 매번 시합을 치르며 성숙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남들보다 일찍 프로에 데뷔한 편인데, 데뷔 초보다는 점점 경기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도 대견할 때가 있습니다(웃음). 무엇보다 예전에는 우승을 목표로 대회에 임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게임을 이끌어 나갈 지가 더 중요한 고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보기 상황에서 과거에는 욕심을 부려 공격적으로 플레이 했다면 지금은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냉철하게 생각하려는 자세가 생긴 것이죠.”
또,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배워온 그는 10년이 넘는 골프 경력을 갖고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이 넘으면 그 분야에 대한 철학이 생기는 법. 그에게 ‘골프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으니 이미 골프 도인(道人)이 된 듯한 답변이 들려왔다.
“골프는 등산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체력훈련 삼아 등산을 많이 했습니다. 등산을 하면서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게 인생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골프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매 순간 잘 칠 수는 없어요. 못 칠 때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결과에 신경쓰기 보다는 지금 당장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골프는 인생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그는 이러한 점에서 위기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타이거 우즈를 존경한다고 했다. 골프 황제의 자리에서 추락해 골프 인생이 끝났다고만 여겼었는데, 재기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존경하는 선수는 ‘타이거 우즈’ 40대부턴 지도자의 길 걷고 싶어
“우즈는 부상을 입으면서 여러 번의 수술을 했습니다. 또 각종 스캔들도 터졌고요. 그래서 골프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죠. 존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경기를 생중계로 보려고 새벽에 일어나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렇다면 서형석은 ‘골퍼’로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을까?
“30대까지는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40살이 되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고요. 저처럼 골프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도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선 선수로서 꾸준히 잘 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한편, 그는 올해로 만 22세다. 20대에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자 기다렸다는 듯 ‘여행’이라고 답했다. 시즌기간에는 대회 참가로, 비시즌 기간엔 훈련으로 인해서 여행을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또 한창 청춘인 그는 연애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연애요? 당연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런데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골프선수들은 기회가 없어요. 골프만 하니까 다른 분야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없고요. 때로는 친구들처럼 연애도 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뇌에게도 휴식이 필요한데 데이트가 그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그는 또 자신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가족들의 희생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아들을 위해 좋아하던 골프까지 끊은 것으로 알려진 부친 서준종씨는 골프계에서 유명한 ‘골프대디’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누나는 항상 저를 먼저 챙겨주었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어릴 때부터 항상 뒷바라지를 해주셨고요. 가끔은 너무 엄해서 힘들 때도 있었는데, 그게 다 저를 위한 마음이란 것을 알고는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 모두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보답하는 길을 골프를 꾸준히 잘 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웃음).”


명문고라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서울 인(人) 되고 싶어
한편, 그에게 서울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물었다.
“사실, 대학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 학생들과는 달리 운동선수라는 길을 걸었기에 남들과는 다른 학창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훈련과 시합으로 인해서 오전 수업만 해야 할 때가 많았고, 고3때는 취업반에 들어가 프로무대를 준비했었거든요. 그래도 넓은 교정 안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지낸 즐거운 시간들이 기억납니다.”
그렇다면 ‘서울고’는 서형석에게 어떤 의미일까?
“무엇보다 서울고는 명문고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습니다. 특히 주변 어른들께서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러다 보니 저절로 자부심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또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고마운 존재’입니다. 한번은 패션브랜드인 휠라(FILA)에서 의류를 협찬 받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교장선생님께서 휠라 회장님이신 윤윤수(16) 선배님께 말씀을 해주셨던 것이죠. 이처럼 선배님들께서 주신 여러 혜택을 받으며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무엇보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잘하라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 제가 서울고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훌륭한 서울고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배님들도 이러한 점을 명심하고 항상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공부가 됐든, 운동이 됐든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서울인(人)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저도 동참하겠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그는 2018년부터 서울고에서 골프부가 사라졌다고 전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금 함께 훈련 중인 친구가 마지막 서울고 골프부 출신이라고 전했다. 골프부가 없어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부활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_ 김신기(54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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