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글 또는 종교적인 글, 개인을 비방하는 글은 총동창회에서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실 때에는 동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해주시고 공감할 수 있는 유익한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부탁말씀 드립니다. 이미지를 첨부하실 경우 용량 제한이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주1-제주의 비 오는 밤-청운식당, 싱싱회센터

제길, 트러플이 아니라 트리플입니다.

인생에 거지 같은 일이 지난주에는 세건이나 있었지요.

늙을수록 다른 사람에게 더 관대해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아직도 고깝게 느껴지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니 죽을 때 돼서라도 사람 비슷하게 된다면 

그것만이라도 다행스런 일입니다.


후배는 산 좋아하고 마라톤 좋아하고 술 좋아합니다.

워낙 기량 차이가 많이 나니 내가 쫓아간다면 뱁새 꼴이 될 터이니 감히 엄두도 못 냅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몰캉몰캉 소프트 해지며 같이 가잤는데

이번엔 코로나로 찜질방에도 못 가니 형이랑 가면 '호텔'로 잡겠답니다.


전 주에 술 먹다 그 소리가 튀어나와 뭐에 홀렸는지 덜렁 '그러자' 했습니다.

오후에 일정이 잡혀 어슬렁거리다 남대문 시장 <ㅊㅇ식당>으로 향합니다.

주인장 모자가 그럴듯합니다. 웬만한 밥집이 그렇듯 낮술 간단히 한잔씩 합니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 반찬에 올라오지 않았으나 전에는 달걀찜이나 계란 프라이를 하나씩 줘서

백반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었습니다.


더구나 얼큰하고 칼칼한 김치찌개는 푸짐한 고기와 떡국떡까지 들어 있어

혼술 하는 잔재미를 더해줍니다. 다 먹고 나올라니 주인장이 밀짚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화쑝쑈'하는 모양이라 했더니 비가 와서 바꿔 썼답니다. ㅎ


마곡나루 역에 내려 서울식물원 한 바퀴 돕니다.


너른 신도시에 시원하게 배치된 현대적인 건물들과 기하학적 조경이 잘 어울립니다.


뒤따라오는 후배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제주공항부터 만나기로 한 동문시장까지 판초 둘러쓰고 걸어갑니다.

육지에서 떨어진 섬에 육송으로 저 정도 20칸짜리 건축물이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관아인 관덕정이 있고 동문시장과 서문시장 사이 거리가 짧은 것을 보면 

문은 없어졌지만 오래전에 자그마한 읍성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동성문, 서성문이 1910년대 읍성 철폐령으로 헐렸고

1920년 대 산지항 축항공사에 매립을 위한 돌로 읍성돌이 쓰였다 하네요. ㅉㅉ


마지막으로 제주를 들른 것이 10년 이상 되었을 겁니다.

동문시장은 수산시장 중심의 재래식 시장을 거쳐 이제 관광 중심 야시장으로 변했습니다.

실비로 회 떠준다는 <ㄴㅎ수산> 앞에는 20미터 이상 줄을 길게 늘어섰습니다.

유튜브의 힘은 기나긴 대기에 대한 지루함을 삼켜 버립니다.

이따 여기서 회 떠서 숙소로 가려했는데 경로우대가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입니다.


야시장은 어둠이 깔리며 세대교체되어 젊은이들 위주로 북적입니다.

나도 덩달아 들뜨고 젊어집니다.


극한작업을 하는 아주머니, 저건 솥을 젓는 게 아니라 욕조 물을 섞는 수준입니다.

  이 시간에 저만큼 남아있으면 어떻게 보관해야지요?


점포 3개 정도 빌어 장사해 금방 긴 줄이 줄어들 것 같은데도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이건 짧은 거랍니다.


혼자 다니면 제대로 한상을 차려 회를 먹을 수 없는데 이 집은 그게 가능했답니다.

서로 잘 아는지 장사 속으로 그러는지 반갑게 맞이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지 아직 9시가 되지도 않았는데 한산합니다.


1인당 2만 원짜리 차림인데 그럴듯합니다. 후배의 입에 달린 '작꾸'가 고장나 닫히질 않습니다.

조그마한 옥돔은 보기 애처로운데도 맛이 있습니다. 이율배반 가트니~


광어, 도미, 히라스라는데 모두'대'라 강조하는 걸 보면 방어일 텐데... 까칠하게 굴 것 없이 맛만 좋으면 되지요.


후배도 이제 육십이 다 되었으니 후배님으로 불러야 맞겠습니다.

여하튼 여기는 혼자 와도 이거 반 이상 준다는데 마지막 월요일 혼자 남아 한라산 등반하고

다시 그 집에서 고등어 다섯 점을 서비스로 먹었다면서 보내온 사진을 보니 정말 그렇네요.


역시 제주도 고등어 일품입니다. 칼집 낸 거 하며 노릇하게 구운 것 하며 예술입니다.


뒷자리 손님은 혼자 와서 고등어구이를 주문하고 반찬과 밥을 먼저 달라며

소주와 맥주를 화급히 먹기 시작합니다.

고등어와 반찬이 다 비워졌는데 또 쐬주, 맥주 한 병씩 더 시키며 아쉬운 듯 메뉴판을 봅니다. 

저분 제주도 아닌 다른 곳에 살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더리탕 덜어 한 접시 건네며 정말 맛있게 드신다 거들며

'제주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분'이라고 추겨 올렸더니 파안미소를 띠며 술값 자기가 내겠답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ㄴㅎ수산>은 대가리, 뼈가 가득한 박스를 앞에 두고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지친 표정이 얼굴에 가득인데 건강 해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다른 집에서 딱새우 사 가지고 들어와 제주도의 비 오는 밤을 마무리합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반응 전체보기 참여자 보기
    걸으러 가는 걸 질투하는 지 
    가기 전 기분을 깡그리 잡쳐버리는 일이 겹칩니다.
    여행이 기분 전환에 그만이라는 걸 입증해 보이기라도 할 듯이 말입니다.
    이번엔 후배님이 일정을 다 잡아 놓아 그냥 따라다니기로 했습니다.
    모처럼 서울 밖으로 나갑니다.
    최일남의 <서울사람들>처럼요.
  • 서울고등학교 총동창회 카카오톡 공유 이미지
  • 서울고등학교 총동창회 인스타그램 공유 이미지
  • 서울고등학교 총동창회 페이스북 공유 이미지
화살표TOP